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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음식

통감자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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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수확이 아직 약 한 달 여 남아있는데 감자잎이 시들해지면서 누워버렸다. 3월 23일 심은 감자의 수확이 아직 20여 일 남아있는데 무슨 일일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한 개를 먼저 시험 삼아 파 보았더니 주먹만 한 크기 한 개와 아직 덜 큰 작은 아이 두 개가 나왔다. 새끼손톱만 한 크기의 아이들도 달려 있다. 나의 조급함이 더 커야 할 아이들을 망치긴 했으나 잘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마음이 놓인다.

 

작년에 처음으로 농사지은 감자를 캐자마자 숯불에 구워 먹었을 때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포실하게 익은 감자의 촉감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혀에 확실하게 남아있다. 올해는 조금 성급하지만 시험 삼아 캔 감자를 고이 모시고 집으로 와 어떻게 하면 올해의 첫 감자 맛을 내년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통감자구이를 하기로 하였다.

심은지 80일 된 감자

1. 감자는 껍질째 씻어서 십자모양으로 칼집을 낸 후 올리브 오일로 샤워하고 에프로 고고!  200도에 15분을 세팅하고 나서 수시로 들여다본다.

2. 젓가락으로 찔러보고 80% 정도 익었다 싶을 때 꺼내어 칼집 사이에 소금과 버터를 넣고 냉동고에 살고 있는 말린 토마토를 송송 썰어 위에 올린 후 다시 에프로 고고!  180도에 10분을 세팅한다. 수시로 확인하지 않으면 감자들이 반란을 일으키므로 숯검댕이가 되지 않게 관심과 사랑을 쏟아준다.

3. 겉의 색만 보면 다시 찔러보지 않아도 푹 익은 것을 알 수 있다. 접시에 담는다. 통감자는 샤워크림이랑 잘 어울리지만 지금 부재중이므로 플레인 요구르트에 꿀을 살짝 넣어 마치 샤워크림인 양 이불 덮어 준다. 이런 위장을 들키면 안 되니까 다시 파마산 치즈와 파슬리가루로 2차 이불을 덮는다.

씻어서 십자로 칼집 낸 감자
80% 익은 감자에 버터와 소금을 뿌린 감자
말린 토마토로 데코한 감자

4. 감자만 먹으면 퍽퍽할까 저어 되어 냉장고 야채칸을 지키고 있는 상추와 토마토를 꺼내어 샐러드를 급조했다. 급조하고 보니 단백질이 부족할 거 같아 얼른 또 계란을 삶았다. 삶은 계란을 반숙으로 하여 노른자 팡팡 터지게 할 생각이었으나 시간 초과로 실패...그래도 맛있다. 샐러드소스는 언제나 그렇듯이 올리브유 두 바퀴 두르고, 발사믹 글레이즈는 한 바퀴, 꿀은 반 바퀴 휘둘러주면 끝!  소스통을 따로 설거지할 필요 없어 좋다. 두 바퀴, 한 바퀴, 반 바퀴......

5. 서리태와 물, 소금 세 가지 만으로 두유도 만들었다. 똑똑하고 스마트한 주방 기구들 덕분에 고소함 끝판왕인 서리태 두유도 같이 곁들였다. 

통감자구이
통감자구이와 상추 샐러드
일요일 브런치 완성

 

4일 간 나의 부재를 무사히 지낸 아니씨에게 보상하고 싶어 일요일 아침 식사를 열심히 준비했다. 보상이 되었으려나?

아니다 내가 아니고 직접 농사지은 감자와 상추가 다 보상해 준 게 맞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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