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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음식

단호박 타락죽(駝酪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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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죽의 다른 이름은 우유죽이다. 우유를 사용해 끓이는 죽을 말한다. 낙타-타(駝)가 들어갔다고 해서 낙타의 젖으로 끓인 것은 아니다. '말린 우유'라는 뜻의 몽골어 '타륵'을 음차 하여 '타락'으로 부르게 되었다.

 

타락죽은 조선시대 역대 국왕들이 먹던 건강보양식의 하나였으며 평소 궁중의 주방이었던 수라간에서 만들지 않고 내의원에서 만들어 바친 것으로 보아 음식이라기보다는 약으로 보았던 것 같다. 또한 조선시대 당시에는 우유가 매우 귀했을 것으로 추정되니 왕이나 힘 있는 귀족, 부자가 먹는 음식이었을 것이다. (자료출처:네이버)

 

타락죽 한 그릇 끓여 먹고 오늘 하루 왕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만드는 법은 쉬워도 너무 쉽다.

1. 냉장실에서 뒹구는 식은 밥과 냉동보관 중인 단호박을 냄비에 넣어준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단호박이 거의 상주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으로 농사지어 겨우 몇 개를 수확한 단호박을 아끼고 아껴 먹는 중이다. 익힌 후 소포장하여 냉동보관하면 필요할 때 식재료로 사용하기 편하다. 죽은 원래는 불린 쌀을 사용하지만 바쁜데 언제 쌀을 씻으랴! 냉장실에서 뒹구는 식은 밥이나 누룽지 한 덩어리면 족하다.

단호박, 식은밥, 우유

2. 우유를 넣고 아주 약한 불로 뭉근하게 끓여준다. 처음부터 넣고 끓이면 우유에 막이 생기고 영양소도 파괴되므로 우선은 물을 최소한으로 넣어 끓이다가 우유로 농도를 맞추면 더 좋다. 나는 시간에 쫓겨서 우유를 처음에 넣고 대신 곁에 서서 계속 저어주었다. 소금으로 간을 한다.

단호박타락죽
단호박 타락죽 상차림

단호박 대신 잣을 갈아 넣으면 잣타락죽, 고구마를 넣으면 고구마타락죽, 감자를 넣으면 감자타락죽, 속 시끄러울 때 마음 한 조각도 같이 갈아 넣으면 힐링타락죽?
아침상으로 차려 아니씨를 먹이고 출근시킨 후 나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냄비째 끌어안고 남은 타락죽을 박박 긁어먹었다. 문득 30여 년 전 만삭 때 양푼에 밥을 비벼 남산 만한 배 위에 걸쳐 놓고 퍼 먹던 그 시절이 생각 나 혼자 웃었다.

한 김 나간 타락죽이 더 고소하다. 왕이 뭐 별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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