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5 - [일상, 음식] - 바질페스토 만들기
어쩌다 뿌린 바질 씨앗 덕분에 올해 바질이 풍년을 이루었다. 노지에 옮겨 심었던 바질을 모두 수확하여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많은 모종을 감당할 수 없어 화분에 던져 놓아 버림받았던 아이들까지 무사히 성장하니 이제는 주체할 수가 없다. 꽃대가 형성되고 있기에 모두 뽑아서 말린 후 분말로 만들었다.
바질의 생육이 이렇게 활발하고 키우기가 쉬운데 왜 마트에서 파는 생바질은 그렇게 비쌀까 의문을 품었었다. 그런데 바질을 손질하면서 그 원인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 아이는 우선 냉장고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 하루동안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색이 까맣게 변했다. 그래서 실온에서 하루 정도 두었는데 역시나 색이 변했다. 아하~ 그래서 잎이 몇 개 붙어 있지도 않은 생바질을 5~6천 원씩 받는 것이구나!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건데! 직접 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
손질이 어렵지는 않다. 잎을 모두 떼내어 깨끗하게 씻은 후 건조기에서 50도 8시간 건조하였다. 되도록이면 말린 후에도 녹색을 보존하고 싶어 건조기에 넣었는데 색은 이미 거뭇거뭇하다. 볕이 좋아 여름날 뜨거운 태양아래 햇빛 샤워도 두세 시간 허락하였다. 날씨가 좋으면 그냥 실온에서 말려도 무방할 것 같다. 그리고 믹서기에 갈면 끝이다. 쉬워도 너무 쉽다.
무성했던 잎들이 모두 메마르고 한 줌의 가루로 남았다. 바질을 가루로 만들면서 왜 나는 자꾸만 사람의 일생이 연상되는지 모르겠다. 아기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내고 청장년의 시기를 거쳐 노년에 이르고, 삶을 다하면 한 줌의 재가되는 그런~~~~ 한 줌의 가루로 남은 이 바질은 이제 두고두고 나의 음식을 빛나게 해 줄텐데도 말이다. 너무 심하게 감정이입을 한다. 병이다. 아마도 씨앗부터 직접 내 손길이 닿은 애착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