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재료는 별로 없고, 배는 고프고, 시켜 먹기도 번거로울 때 냉장고를 뒤져보면 분명 오랫동안 관심을 못 받았던 아이들이 있다. 이럴 때는 냉털음식이 최고다!. 냉동실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식빵과 햄, 냉장실에 있는 계란을 버무려 초간단 브런치를 만들었다.
4박 5일 일정으로 엄니를 모시고 강원도 산골에 있는 나의 세컨드 하우스를 찾았다. 작년 경동맥 시술 이후 매사에 자신감이 떨어지신 내 엄니는 긴 여정이 부담스럽다 하시면서도 나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기는 척 길을 따라나서신다. 엄니는 공기 좋은 곳에서 산책도 하고 텃밭과 꽃밭을 오가며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 나는 꽃모종을 사다 심고, 자리를 옮겨주기에 여념이 없는지라 바쁘지만 두 모녀가 보내는 이런 시간이 소중하다. 오늘아침에는 냉장고 속 아이들을 모아서 간단 샐러드와 토스트를 만들었다. 루꼴라와 부추, 상추는 실시간으로 텃밭이 내어준다. 감사 꾸벅!
만드는 법
1. 루꼴라와 부추를 밭에서 한 줌씩 수확했다. 엄니께서 루꼴라가 뭐냐고 물으신다. 나는 열무와 비슷한 서양 채소라고 답했다. 부추는 씻은 후 송송 썰어 계란물에 섞어주고 소금, 후추로 간한다. 씨앗으로 파종하여 2년 만에 수확하게 된 소중한 부추라서 향이 진하고 굵다. 이쁘기도 하지...루꼴라는 씻은 후 손으로 가볍게 뜯어서 접시에 담는다. 식빵이 냉동실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팬에 한번 구워 주었다. 굽지 않고 그냥 해도 상관없다. 뒤집어서 구울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2. 팬에 버터를 두르고 계란을 펼친 다음 식빵을 반으로 잘라서 약간의 간격을 두고 올려준다. 책처럼 반으로 접어줄 것이기에 반드시 간격이 필요하다.
3. 계란이 반쯤 익었을 때 뒤집어 준 후 식빵의 크기에 맞게 주변의 계란을 위로 올려 정돈한다.
4. 토마토케첩을 뿌리고 이외에 냉장고에 있는 다양한 소스류를 첨가한다. 요리에 창의력이 더해지는 시간이다.
5. 햄이나 치즈 등이 있으면 올려주고 상추를 추가로 덮어준 후 반으로 접는다. 상추대신 양상추나 오이 등 집에 있는 채소를 활용하면 된다.
6. 토스트만으로는 원가 좀 부족한 듯하여 샐러드도 준비했다. 루꼴라와 견과류, 리코타 치즈 위에 발사믹 글레이즈와 올리브오일을 반반 섞어서 뿌려준다. 루꼴라의 맛이 어떠냐고 여쭤보니 쌉싸름한 게 맛나다고 하시며 한 접시를 다 비우신다.
7. 반으로 접은 토스트를 드시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종이컵에 담아 엄니께 드렸다. 먹기도 아깝다고 말씀하시더니 이내 맛나게 드신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정성은 충분히 넣었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노모와의 오붓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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