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농사는 노동력과 시간, 정성을 투입해야 결과물이 나온다. 물론 씨앗과, 모종, 각종 약제류도 사야 하니 경제적인 비용도 소요된다. 그러나 노동력과 정성, 경제적인 비용을 투입하지 않아도 무조건 내어주기만 하는 작물이 나의 산골 울타리 안에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밤나무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감나무이다. 오늘은 먼저 감나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산비탈 끝자락에 있는 감나무가 주렁주렁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열매를 달았다. 농막에서 100 여 미터 떨어져 있는 관계로 여름 내내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황색 감을 제법 매달고서야 비로소 농부의 시선을 받는다. 새들의 먹이로 놔둘까? 아니면 몇 개만 따 먹을까? 고민하다가 새들이 다 못 먹는다는 옆지기의 말을 듣고 수확하기로 결정! 사다리를 수레에 싣고 감나무에게로 향했다.
100개만 따기로 하였는데 따다 보니 또 욕심이 생긴다. 참! 見物生心이 또! 잎과 가지를 정리하고 보니 꽤 많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미모가 햇살을 받으니 주황빛이 더욱 빛난다. 단감이 아니고 땡감이다 보니 연시로 익을 때까지 둘 수가 없기에 모두 깎아서 말랭이를 만들었다.
<만드는 법>
1. 물에 세척하여 껍질과 꼭지를 제거하여 4 등분한다.
2. 비닐봉지에 담아서 소주를 넣어 코팅한다. 소주의 어떤 성분이 작용하는지는 모르지만 떫은맛을 빼내는 방법을 찾다가 정보를 얻었다.
3. 식초도 한 두 숟가락 넣어 코팅한다. 갈변을 막고 소독하기 위함이다.
4. 건조기에 70도 10시간 세팅한다.
5. 상온에서 하루 정도 더 두었다. 땡감이라 숙성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이걸 언제 다 깎나? 하는 생각에 살짝 귀찮기도 하였지만 힘들여 키운 것도 아니고 공짜로 얻은 것이니 입이 즐거우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귀찮아서 씨는 그대로 두고 말렸다. 완성된 말랭이를 먹어 보니 떫은맛이 사라지고 쫀득한 식감을 얻었다. 상온에 놓아 두니 색이 거무스름하게 변하였지만 뭐 어떤가? 팔아야 할 물건이 아니고 가족들이 먹을 것이니 상관없다. 냉동실에 넣어도 쫀득한 식감이 사라지지 않으니 오래도록 먹고 싶으면 냉동실에 보관하고 아니면 그냥 후딱 먹어치운다. 그러나 겨울 간식으로는 최고지만 다이어트에는 해가 될지도 모르니 양을 조절해서 먹어야지! 그런데 손이 가요 손이 가! 감말랭이에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 모 광고 카피가 생각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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