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바야흐로 가을을 지나 겨울 문턱에 와 있다. 텃밭에 작물들은 그 생을 다하고 쓸쓸한 공터에 찬바람만 휘돌아 나가는데 수확하고 남은 텅 빈 밭에서 파릇파릇 냉이가 땅을 뒤덮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냉이는 봄을 대표하는 식재료로 알고 있지만 봄에 바람에 날린 씨앗들이 여기저기 날아가 터를 잡고 발아하여 지금의 늦가을에도 땅 속 깊숙이 뿌리를 내려 그 생명력을 과시한다. 잡초로 알려져 있지만 긴 뿌리를 이용해 땅속 깊이 들어있는 미네랄이나 영양분을 황폐화된 토양의 표피층으로 끌어올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물이다. 모진 추위를 이기고 올라온 봄 냉이는 다소 질긴 반면에 가을 냉이는 부드럽고 맛과 향도 봄 냉이에 뒤지지 않는다.
텃밭이 내어 준 냉이를 손질하였다. 일반적으로 냉이의 손질이 어렵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생 냉이를 손질하는 것보다 살짝 데쳐서 손질하면 손쉽게 할 수 있다. 씻어서 데쳐낸 후 찬물에 헹구고 난 뒤 누런 떡잎만 제거하면 손질은 끝이다. 게다가 가을 냉이는 흙만 털어내면 뽀얀 뿌리를 금방 만날 수 있다. 별다른 손질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만드는 법>
1. 냉이를 씻어서 소금 한 꼬집 넣은 소금물에 2~3분 데쳐낸다.
2. 데친 냉이의 물기를 꼭 짜고 난 후 다듬는데 이때는 가장자리의 누런 잎만 제거하면 된다.
3. 뿌리 한 개를 집어 먹어보니 다소 질긴 듯하여 2차로 데쳤다. 끓는 물에 소금 약간 넣고 5분 간 더 끓였더니 뿌리가 부드러워졌다.
4. 냉이는 향이 강한 채소라서 파, 마늘을 넣지 않고 된장, 들기름, 깨소금만 넣어 조물조물 무쳤다.
직접 키우진 않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캔 것이니 맛이야 뭐 말할 필요 없지 않은가! 게다가 공짜로 얻었으니 맛이 없기가 더 힘들다. ㅎ 뽀얀 속살 드러낸 냉이 뿌리에서 향내가 진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