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적 엄마가 감자를 분이 나도록 포실포실하게 쪄 놓으시면 그야말로 여름날 최고의 간식이었다. 가족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소금을 찍거나 설탕을 찍어서 먹었었다. 소금과 뉴슈가를 적당히 넣어서 삶아 놓으면 그냥 먹어도 참 맛있었다. 요즘은 감자튀김도 있고 머쉬드 포테이토로 만들어 먹는 등 요리방법과 종류가 다양하지만 예전에는 집에서 껍질을 까서 쪄 먹는 것이 가장 평범한 방법이었다. 감자껍질을 까라는 엄마의 부름에 자매가 서로 미루던 기억도 있다. 암튼 그래서 어릴 적 향수가 담긴 그 찐 감자를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이 찐 감자는 빨리 변질된다. 여름날 상온에서 하루 이상 버티기 힘들다. 막 쪄냈을 때 호호 불어가며 먹을 때가 가장 맛있는데 식으면 이상하게도 맛이 없어진다. 고구마는 식어도 맛있는데 감자는 식으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나만 그런가? 그래서 꼭 한 두 개의 찐 감자가 남아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찬밥 신세가 되거나 혹은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그만 잊히곤 한다. 잊혀진 후 시간 더 지나면 음쓰통으로 직행하니 오호통재라! 그래서 식은 찐 감자를 얼른 변신시켜야 할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만드는 법>
1. 찐 감자의 껍질을 까서 모양칼로 썰어준다. 모양칼 없으면 그냥 칼도 당연히 가능하다.
2. 올리브유 대충 뿌려 에어프라이기에서 180도 10분 세팅하면 된다. 취향에 따라 소금, 후추 첨가는 자유! 에프에 넣고 방치하면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자주 들여다보는 것은 필수!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혀로 먹기 전에 눈으로 먼저 먹어야 하기에 멋을 좀 부릴 필요가 있다. 플레이팅이 그래서 중요하다. 맛에 멋을 좀 더하기 위하여 파마산 치즈가루 뿌리고 토마토 마리네이드 곁들이면 여느 음식 부럽지 않게 된다. 게다가 다이어트 중일 때 한 끼니의 식사로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식기 전에 추르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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