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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음식

애호박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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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문득 왔다. 추석 명절에도 때아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여름장마를 닮은 가을비를 뿌리고 나서야 비로소 더위가 물러갔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면 더위에 기력을 잃던 텃밭 작물들이 다시 기력을 회복하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법인데 올해는 늦은 더위와 넘치는 강수량으로 온통 벌레들의 천국이 되었다. 작년에 대풍을 이루던 애호박은 올해 시원치 않았지만 날씨 탓으로 돌리고 위로 삼는다. 흔하디 흔한 호박이 올해 귀한 몸이 되고 보니 맛은 더 좋다. 중간 크기 애호박 두 개를 수확했기에 만두소를 만들었다. 여름에는 한 번 정도 먹어줘야 호박에 대한 예의지.

 

<만드는 법>

1. 애호박 두 개를 채 썰어서 소금에 절인다.

2. 표고를 끓는 물에 데친 후 가로로 한 번 포를 뜬 후 채 썰어 준다. 가늘게 채를 치고 싶을 때 좋은 방법이다.

3. 1과 2를 자루에 넣어 꼭 짜준다. 손목 관절이 힘을 발휘할 때다. 음식물 탈수기를 사야지 다짐하는 순간이다. ㅠㅠ

4. 3을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으면서 파, 마늘을 추가한다.  불에서 내린 후 식으면 계란 세 개를 넣어서 섞어준다. 후추와 소금, 굴소스 추가! 여기까지 만두소가 완성이다. 먹어보고 간을 맞춘다. 이후는 집에 있는 재료로 창의력을 발휘하면 된다.

5. 당면 삶아서 다지고, 숙주가 있어서 넣어주었다. 두부도 물기를 제거하고 넣었다. 부추도 한 줌 있어서 넣었다. 없으면 안 넣어도 된다.

6. 만두피는 재래시장 두부집에서 생반죽된 것으로 구입하였다. 냉동 피는 마음에 들지 않으므로.

7. 두 가지 버전으로 하기 위하여 절반은 그대로, 절반은 고춧가루 추가하여 매콤하게 만들었다.

8. 예쁘게 빚어서 찜기에 7~8분 찐다.

호박은 가격도 싸고 구하기도 쉽다. 만두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재료가 가성비 좋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가심비도 좋은 음식이다. 작은 딸과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빚었다. 만두피 한 봉지를 사니 45개의 피가 들어있는데 호박 두 개의 양과 딱 맞는다. 만두피에 소를 넣어 빚었지만 가족 사랑하는 마음도 같이 넣었다. 꾹꾹 눌러 담았다. 만두소 크게 한 큰 술, 건강하자 희망 세 큰 술, 많이 웃자 미소 네 큰 술도 같이 담아 예쁘게 빚었다. 찜기에서 꺼낼 때 터지지 않도록 한 김 식힌 후 참기름 발라가며 아기 다루듯이 조심조심 꺼낸다. 다 쪄진 만두를 들고 큰 딸네로 달려갔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먹었다. 음식은 여럿이 먹어야 제 맛이지! 맛있는 음식과 행복은 바늘과 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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