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출산율만 놓고 보면 방울토마토를 따라 올 자가 없다. 초반에는 정석대로 곁순을 정리하며 키우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무성해지는 줄기들로 인하여 정리는 언감생심 그냥 방임으로 키울 수밖에 없다. 원줄기에서 아들줄기가 나오고 아들줄기에서 다시 손자줄기가 나오고 증손자 고손자 등 곁가지는 서로 엉키고 설켜서 손을 댈 수 없지만 가지마다 열매를 맺는다. 어쩜 그렇게 정이 좋은지 그야말로 출산대마왕이다. 이렇게 줄기가 꺾이도록 열매를 달면 때 맞추어 수확을 해야 하는데 주말 농장의 특성상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한가위 명절을 맞이하여 텃밭에 갔는데 아뿔싸 방울토마토가 대반란을 일으킨 상태다. 무기만 안 들었을 뿐 살벌하다. 거의 대부분의 열매가 터지고 말았다. 어쩌나! 이 아이들을 보니 내 속은 그 몇 배 터진다. 터졌다고 해서 못 먹는 것은 아니니 버릴 수도 없다. 아픈 손가락이라고 포기할 수도 없다. 나의 짧은 지식에 의하면 열매가 터지는 이유는 제때에 수확하지 않거나 아니면 수확시기에 수분공급이 과잉인 경우이다. 요즘 마치 가을장마인 양 많은 비가 왔으니 이 두 가지 모두 해당되어 방토가 심술이 난 것이다. 그래도 어찌할 수 없으니 일단 수확하고 보았다.
겉이 터져버린 방토를 솎아내어 씻어서 벌어진 부분을 잘라내고 일일이 손질하였다. 일단 끓는 물에 데쳐내고는 한 개씩 껍질을 벗겨내었다. 지루한 작업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껍질을 벗기며 생각했다. 이것으로 무엇을 만들까? 주스는 이미 물리도록 마셔서 싫은데 어쩌나! 마침 명절 선물로 들어온 갈빗살이 있길래 푹 삶아서 육수를 내면 토마토 수프 만들기에 최적이다 싶었다.
<만드는 법>
1. 고기를 삶아 육수를 만든 다음 데쳐서 껍질을 벗긴 토마토를 넣어 끓인다. 곰국 끓이듯이 중불에서 푹 끓인다.
2. 토마토의 달콤한 향이 올라올 때 우스터소스로 간을 한다. 우스터소스가 없으면 국간장이나 소금, 굴소스도 좋다.
3. 감자, 호박, 양파, 당근, 브로콜리 등 집에 있는 채소를 적당히 큼직하게 썰어서 넣어준다. 파와 마늘도 합류!
4. 오레가노, 바질 등 향신료가 있으면 좋지만 없을 경우 시판되는 토마토소스를 한 병 넣어주면 실패할 확률이 없다. 이때부터는 유명한 양식당의 향기가 온 집안을 휘감는다. ㅎ
5. 국처럼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이만한 보양식이 없다. 밥을 말아도 좋고 파스타면과 함께 해도 오케이다. 개인적으로 밥과 함께 먹는 것을 선호한다.
사실 방토의 대부분이 노란색인 관계로 비주얼은 그다지 침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고춧가루를 넣어 빨간색 토마토를 코스프레하려고 했지만 굳이 뭘 그렇게까지~~보기에는 별로지만~ 그렇지만 맛은 최고최고! 시골에서 돌아와 소파와 일심동체가 된 옆지기에게 저녁식사로 만들어 주었다. 파마산 치즈 뿌리는 것을 깜빡! 부드럽게 씹히는 갈빗살과 뭉그러지도록 푹 익은 채소의 향이 어우러져 행복을 안겨준다. 명절에 모인 식구들의 저녁메뉴로도 손색이 없었다. 나의 가족사랑은 곧 음식이니 나는 이렇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