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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음식

봄 향기 가득 물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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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을 이겨내고도 작은 몸짓으로 푸르름을 과시하는 봄동배추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작년 가을에 채소를 모두 수확하고 하우스 한편에 남은 빈 땅에 대충 흩뿌려 놓은 봄동씨앗이 고맙게도 잊지 않고 생존신고를 한다. 파릇파릇 초록의 유전자를 뽐내고 있지만 겨울 내내 물도 주지 않고 방치한 탓에 성장은 부실하다. 솎아주지 않은 탓에 옆으로 자라지 못하고 비좁은 영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 줄 맞추어 얼갈이배추 씨앗도 뿌려 두었는데 역시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추운 겨울 탓에 채 자라기도 전에 늙어 버린 듯이 꽃을 피우려고 준비 중이다. 날씨 탓을 해야 하나? 돌보지 못한 내 탓을 해야 하나? 아마도 파종시기를 마음대로 한 내 탓이겠지! 그러니 이 아이들을 어쩜 좋아!  더 키우자니 이미 꽃을 피우려고 준비 중이니 더 자라지도 않을 테고~ 도저히 버릴 수는 없어서 작디작은 생명을 솎아내어 물김치를 담갔다. 나의 봄은 항상 봄 향기 가득 담은 물김치에서 시작하므로~

 

<만드는 법>

1. 어린 봄동배추와 얼갈이배추를 뽑아서 다듬은 후 씻어서 소금에 10분 여 절인다. 어린싹이기 때문에 소금에 오래 절이면 안 된다. 아기 다루듯이 살살 어루만지며 소금기를 헹군다.

2. 밀가루풀을 쑤어 밑국물을 만들고 고춧가루, 마늘, 생강을 믹서에 갈아서 채에 거른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사진 촬영을 깜빡~~ㅠㅠ

3. 쪽파와 사과를 썰어서 넣어준다. 국물 맛을 보고 간을 가감한다.

 

손가락 길이밖에 안 되는 배추를 다듬느라 시간은 오래 걸렸으나 내 어머니에게로, 내 딸에게로 여행을 떠날 세 통의 물김치를 완성하고 혼자 뿌듯함을 만끽한다. 이 마음 아무도 모르지~~ㅎ

3일 만에 딱 맞게 익었다. 새콤한 김치향이 신선하다. 분명 내가 넣지는 않았지만 유산균이 뿜뿜 생겨났으니 내 가족의 건강에도 이로울 것이다. 비로소 나의 소박한 봄맞이 행사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