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컨디션이 참 좋다. 조용히 홀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하루를 미리 그려보다가 뭔가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꼭꼭꼭 해야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냥 좋다. 약간 심심하긴 한데 오히려 안정적인 느낌이고, 어쩌다 나른하긴 하지만 오히려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겨울이 가고 있다. 아무리 봄을 시샘해도 계절은 바뀌어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는 만큼 내 육신의 노화도 따라서 흐르고 있지만 내 힘으로는 막을 수 없지 않은가! 내려놓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몸과 마음에 평화를 선물한다. 작은 짜증조차 멀리 달아나 버렸다. 책을 읽다가 문득 하나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이 과거와 미래에 머무는 시간이라면 감각은 온전히 현재를 느끼는 시간이라고~"<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태수 作) 中> 옳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현재를 느끼는 것이 감각이라고 하니 나는 오늘 나의 감각에 어떤 선물을 할까? 무엇보다도 혀의 감각이 최고지!
겨울이 가기 전 굴밥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마트에서 한 봉지에 2,900원 하는 굴을 본 순간 자동적으로 손이 갔기에 그냥 들고 왔다. 비록 충동구매했지만 굴을 본 순간 침이 고인다. 덕분에 달래도 3,900원에 데려왔다. 겨울이 가기 전 한번 더 굴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지~ ㅎ 딱히 만드는 방법이라고 할 것도 없다. 밥 위에 굴을 얹어 뜸을 들인 후 간장에 슥슥 비비면 된다.
<만드는 법>
1. 압력솥에 밥을 하면 굴이 숨 막힐 것 같아 그냥 솥밥을 했다. 아주 작은 솥이 있는데 어디서 왔는지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내 돈 주고 사지는 않았는데~아마도 사은품으로 온 게 아닌지~ㅎ 2인분 밥을 하기에는 크기가 딱이다. 솥에 불린 쌀을 넣어 밥을 하다가 물이 잦아들면 불을 줄이고 그 위에 굴을 살포시 얹는다.
2. 약한 불에 15분 정도 뜸을 들였다. 굴향이 달콤하다.
3. 달래를 손질하여 갖은 양념하였다. 파, 마늘은 넣지 않는다.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 설탕, 간장만 넣었다.
4. 뜸을 충분히 들이고 난 후 그릇에 담아 달래간장 넣어 비벼 먹으면 된다. 맑은 국과 함께하면 궁합이 최고다.
굴은 사새목 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맛이 없어진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떠나가는 굴과 다가오는 달래가 둘이서 오붓하게 만나니 칠월칠석 견우직녀의 만남보다 더 애틋하다. 내 혀의 감각도 따라서 춤춘다. 현재의 시간을 오롯이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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