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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음식

냉이를 손질하는 가장 쉬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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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향긋한 향을 품고 있는 냉이는 봄의 대표적인 전령사이다. 산이나 들에 쉽게 자생하며 단백질 함량이 높고,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겨우내 잠자고 있던 체력을 깨우는데 안성맞춤인 식재료이다. 텃밭과 꽃밭을 가꾸면서 해마다 이맘때면 땅에 지천인 냉이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의 번식력에 가히 경의를 표할 정도이다. 씨앗을 뿌리지도 않았으며 냉이를 위해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건만 여전히 주기만 한다. 주말에 산골에 다녀온 남편이 불과 사방 1미터 정도의 반경에서 채취했다는 냉이를 쏟아놓고 보니 마트에서 3900원에 담겨 있는 냉이의 양과 비교할 때 족히 10배는 넘는다. 우리 밭에서는 1년에 냉이를 두 번 채취한다. 가을에 한 번, 봄에 한 번. 봄 냉이는 겨울 내내 잎이 로제트 상태로 추위를 견디는 대신 뿌리의 성장이 활발하다. 그래서 가을 냉이보다 향이 진하고 영양도 풍부하다. 3월이 지나면 꽃이 피는데 이때가 되면 냉이가 질겨서 먹지 못한다. 꽃이 피고 씨앗이 맺히면 여름을 만나 싹을 틔우고 자라서 가을냉이로 성장한다. 이 아이들이 다시 겨울을 나고 뿌리가 성장하여 봄에 우리 곁으로 오는 것이다. 그래서 봄냉이는 뿌리를 먹고 가을냉이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잎을 먹는다. 

 

냉이가 온 밭에 지천이지만 사실 냉이의 향긋한 향기가 입 안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은 다소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우선은 땅에 쭈그리고 앉아서 캐야 하고 씻어서 다듬고 삶고, 갖은 양념하여 요리를 해야 비로소 긴 여정을 마친다. 마트에서 사면 간단하지만 밭에 지천이니 그럴 수도 없고! 난감하네! ㅎ 돈을 들이지 않고 입을 즐겁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참 공평하지 아니한가! 일 년에 두 번씩 냉이지옥을 겪으며 쉽게 다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였다.

 

1. 땅에서 캔 냉이는 우선 흐르는 물에 대충 씻어서 흙을 제거한다.

2. 흙에서 탈출한 냉이의 잎이 얼마나 튼튼하고 뻣뻣한지 내 손길을 자꾸만 거절한다. 칼로 다듬기가 여간 번거로우므로 끓는 물에 삶아 그들을 일단 기절시킨다.

3. 곧 꽃을 피우기 직전의 냉이이므로 뿌리가 질긴 편이라서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8분간 데쳤다. 아니 데쳤다기보다는 삶는다는 표현이 더 맞으리라. 뿌리를 손으로 만져보아 물컹한 느낌이 손끝에 전해지면 다 익은 것이다.

4. 찬물에 헹군 후 본격적으로 다듬는다. 씻고 삶고 헹구는 과정에서 흙을 포함한 웬만한 이물질은 저절로 제거되었다.

5. 한층 부드러워진 냉이는 이리저리 내 말을 아주 잘 듣는다. 고집이 한풀 꺾인 것이다. 그래서 누런 잎 정도만 적당히 떼어내면 된다. 

6. 한 번 더 헹구어 물기를 제거한 후 무침으로 혹은 국으로 변신하면 된다. 

냉이는 뿌리가 깊이 박혀서 잘 캐어지지도 않고 고집이 세지만 봄나물 중에서는 쑥 보다도, 달래 보다도 단연 1등으로 나오는 우수한 식재료이다. 적어도 나의 텃밭에서는 그렇다. 따사로운 봄, 태양의 부름에 가장 먼저 응답하는 착한 식재료인 것이다. 그러나 미처 캐지 못한 수많은 냉이는 꽃을 피워 수 백배 번식을 해서 내년을 준비할 테지만 그들에게 마냥 응원을 보낼 수는 없다. 예정된 냉이지옥에 빠져야 하는가? 아니면 달콤한 봄나물의 유혹을 뿌리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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