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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음식

오색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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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이 개점휴업 상태가 된 지 한 달 여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져서 글 쓰는 일에 매진하리라는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무기력하고 게으른 나날들이 나를 채워가고 있다. 마음과 현실은 왜 늘 반대로 가는 것일까?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국은 어수선하고 무고한 생명을 송두리째 앗아간 비행기 사고로 인하여 내 마음까지 덩달아 폭파된 비행기 속에서 이리저리 浮遊하며 떠돌고 있다. 1905년 우리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 일본이 체결한 을사늑약의 그 시간으로부터 무려 120년의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2025년 을사년에 와 있건만 온갖 不公正, 不公平, 不當, 不確實, 不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무탈하게 산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2025년은 오색찬란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색만두를 빚었다. 만두피는 쿠*에서 구입하였다. 노란색은 호박분말, 분홍색은 백년초분말, 주황색은 파프리카분말, 초록색은 쑥분말, 갈색은 메밀분말로 각각 색을 내어 반죽한 것으로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마음이라도 오색찬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저 없이 구입하였다. 200장에 2만 원!

<만드는 법>

1.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반반씩 섞어서 간장, 마늘, 생강, 다진 대파, 굴소스,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골고루 양념한 후 치대어 놓는다.

2. 숙주를 데쳐서 다지고 물기를 제거한다. 물기를 제거한 두부도 넣는다. 당면이 있으면 삶아서 잘게 썰은 후 넣어도 좋다. 고기를 많이 넣었기에 부추도 많이 넣었다.

3. 만두소의 재료는 무한한 창의력을 발휘하면 된다. 정해진 레시피는 없으므로 냉장고의 야채를 최대한 활용하는 선에서 각자의 입맛에 맞게 하면 된다. 

4. 냉장 상태의 만두피를 두세 시간 전에 실온에 꺼내어 말랑한 상태가 되면 빚는다. 만두피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장자리에 물기를 바른 다음에 소를 올리면 잘 붙는다.

5. 물에 삶으면 터질까 봐서 찜기에 쪄낸 후 뜨거울 때 참기름을 살짝 발라서 줄 맞추어 나열한다.

연말이라서 집에 온 작은 금쪽이 만두를 빚으면서 눈물을 적신다. 제주항공기 사고로 찐친 학교 선배언니를 잃었다. 작년 봄 그녀의 결혼식을 보러 친히 광주까지 다녀왔는데... 앞길 창창한 신혼부부에게 이런 변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당장 무안으로 달려가겠다는 금쪽이를 붙들어 앉혀 놓고 만두를 빚으라 재촉했다. 슬픔이란 때로는 노동 속에서 작아지기도 하지 않는가! 눈물로 빚은 만두는 분명 맛이 짤 거라며 분위기 전환 삼아 실없이 허튼소리를 해 보지만 이미 천근만근 무거운 마음은 전혀 가벼워지지 않는다. 

다 빚은 만두는 빚자마자 쪄서 먹고 새해 아침 만둣국으로 끓여서 먹고 간식으로 구워서 먹었다. 오색으로 줄을 맞추어 접시에 담아낸다 한들 마음까지 가지런해질 리 만무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은가? 산 사람을 또 이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것을.

남은 만두는 내 어머니에게로, 또 큰 금쪽에게로 각각 보내졌다. 그들에게 부디 오색찬란한 2025년이 되리라는 간절한 염원을 가득 담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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