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때 선물로 들어온 사과 중에서 몇 개가 어쩌다 뒤처졌다. 주인의 pick에서 제외된 서러움 폭발하며 냉장실 한편에 웅크리고 있다. 껍질의 수분이 증발하여 쭈글쭈글 주름이 졌는데 사과를 보는 순간 왜 사람의 피부가 투영되는 건지. 흡사 내 얼굴도 곧 저렇게 되겠지~~!! 사과든 사람이든 시간이 흐르고 나니 주름투성이로구나!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로다. 왠지 그냥 깎아서 먹기는 싫었다. 멋지게 포장해 주면 그나마 나아지겠지! 사과로 무엇을 만들까? 사과파이가 생각났다.
<만드는 법>
1. 사과를 깎아서 얇게 썰은 후 계핏가루와 생강청을 적당량 섞어서 재어 두었다. 생강청 대신 설탕도 가능하다. 설탕이 부담된다면 연유, 꿀, 알룰로스도 상관없다.
2. 건강하게 만들고 싶어서 밀가루대신 오트밀을 갈아서 넣었다. 오트밀은 귀리를 납작하게 눌러서 만든 것으로 믹서기에 갈아 밀가루 대신 사용할 수 있다.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3. 계란을 세 개 풀어서 소금 한 꼬집, 후추 약간 넣은 후 녹인 버터와 설탕을 넣고 오트밀 가루를 섞는다. 농도는 걸쭉하면 되는데 우유를 넣어가며 적당히 맞춘다. 단맛의 선호도에 따라 설탕을 가감할 수 있다.
4. 종이호일에 녹인 버터를 바르고 반죽을 부어준다. 에프에서 180도 20분 구운 후에 꺼내어 다시 녹인 버터를 바르고 검은깨를 뿌린다. 행여 익지 않을까 봐 가운데 칼집을 넣어 주었다.
5. 180도에서 다시 20분 구운 후에 꺼내어 메리플 시럽을 위에 바른다.
계량하지 않고 적당히 했다. 정확히 계량한다는 게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경험상 계량해서 맛있게 된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감으로 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또 결과물도 만족스럽다. 제과제빵 영역은 정확한 계량을 요구하지만 만들어서 돈 받고 팔 것이 아니므로 경험치를 믿고 만들었다. 이래 봬도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니 이 정도쯤이야 껌이지!
달지 않은 겉바속촉의 사과파이를 얻었다. 따끈한 커피 한 잔 곁들이면 내게 있어 간식이라기보다는 한 끼니의 충분한 식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