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서리가 내리기 전에 끝물고추를 모두 수확하였다. 아주 많은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고추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날씨가 서늘해져서 출산에 여념이 없는데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흘러 곧 내릴 서리를 대비해야 하니 씨앗을 하나라도 더 남겨야 하기에 스스로를 재촉한 건 아닌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곧 생을 마감할 처지의 고추 치고는 모양이 아주 야무지고 색감도 예쁘고 빤지르르 윤기가 흐르기까지 한다. 심지어 여전히 꽃을 끊임없이 피우고 있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유명한 말이 생각났다. 고추는 내일 된서리를 맞더라도 오늘 한 개의 고추를 더 생산하리라는 마음인 걸까?
모두 걷어서 씻고 다듬어 집으로 가져와서는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간장소스로 변신완료! 고기 먹을 때 소스로 사용하면 참 좋을 간장소스이다. 삼겹살집에 가면 간장소스에 양파를 채 썰어 넣어 주는데 양파 대신 고추를 활용해도 되기에 응용하였다. 1도 맵지 않던 고추였는데 끝물이라서 그런지 살짝 매운맛이 감도는 게 이전보다 더 맛있어졌다.
<만드는 법>
1. 고추를 손질하여 얇게 썰어준다.
2. 간장:물:식초:설탕의 비율을 2:2:1:1로 하여 끓인 후 뜨거울 때 부어준다. 식초는 불에서 내리기 직전에 넣는다.
3. 상온에서 3~4일 숙성한 후 냉장고에 보관한다.
4. 고기 먹을 때 곁들이거나 구운 김에 밥과 함께 올려 먹으면 최고다. 이외에도 부침개나 군만두 등 새콤한 간장 소스를 필요로 하는 음식과 잘 어울릴 것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고추 한 점 집어 먹으면 그 느끼함이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가리라!
고추를 다듬고 씻고 썰고~~전처리를 하는 게 번거로워서 그렇지 만드는 것 자체는 쉬워도 너무 쉽다. 양이 많아서 일부는 다가올 여고동창회 플리마켓에서 팔아 기부를 할 생각이다. 직접 만든 식재료로 나눔 할 수 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